남자의 일주일은 이렇다.
월(주말) 화(주말) 수(주말) 목(주말) 금(주말) 토(평일) 일(평일)
고로 오늘은 출근하는 평일이다... 가정으로의 출근...
남자에게 회사출근이란 편안한 안식처로의 도피행위이다.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감사하다.
덩치에 비해 겁이 많았던 남자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내보다 무서운 것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아내와 함께 본다면 좀비물이나 공포물을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었다.
남자는 결혼하기 전인 총각때는 일요일 오후가 너무 싫었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이 걸린다는 월요병에 걸렸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신나게 놀고 출근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하지만 이또한 아내 덕분에 깔끔하게 사라졌다.
출근하는 월요일을 기다려지게 만들어주는 능력자다. (나의 직업 만족도를 높여주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다.)
남자에게 주말은 8시까지의 아침잠이 허용되는 날이다.
평일에는 7시 전에 일어나서 아이들 등교 준비를 돕고 출근 준비를 해야한다.
물론 아내도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 등교 준비를 돕고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한다.
아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인간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아내가 힘든건 자신은 일찍 일어나서 아이들 준비를 돕는데 일찍 안일어나고 잠을 자는 남편을 보는 것이 힘들 것이다.
잠이 많은 남자에게는 일찍 일어나는 일이 여간 고된일이 아니다.
주말인데 8시가 되기 전 왠일인지 아내가 침대옆에 누워서 남자의 핸드폰을 본다고 한다.
"지금 몇시야?"
"7시 30분"
"근데 왜 깨우는거야?"
"오빠 핸드폰 좀 보려고"
'도대체 남의 핸드폰은 왜 보는거지? 나를 의심하나? 있다가 나 일어나면 본다고 해도 되는거 아닌가? 이집에서 나의 프라이버시란 존재하지 않는군...'
남자는 아내가 자신의 휴대폰을 보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웃으며 지문을 인식해 준다.
"오빠 신한카드에서 이벤트로 주는게 있네? 이중에서 골라봐"
"뭐 주는데?"
"자전거 1시간 이용권, 헛개수, 맥도날드 커피, 고소미 과자, 주유1,000원 할인권, 카드포인트, 음악50곡 감상권 중에 고르면 돼~"
"음... 난 그냥 맥도날드 커피"
"ㅋㅋㅋㅋ내가 그럴 줄 알았다."
아내는 키득거리며 카드 포인트를 선택해서 적립했다.
"뭐야? 나한테 왜 물어본거야? 난 커피를 선택했는데 너마음대로 포인트를 적립할꺼면 묻지를 말지..."
"ㅋㅋㅋ"
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집에서 발생하는 선택의 순간은 대부분이 아내의 뜻대로 된다.
"오빠 치킨 먹을래 피자 먹을래?"
"난 둘다~"
"애들이 치킨 먹고 싶데 치킨 시킨다~"
"알겠어"
"치킨 어디꺼 먹을래?"
"난 교촌 허니 맛있던데 그거 먹고 싶어~"
"그거 비싸잖아? 얼마야?"
"다른데 치킨값이랑 다 비슷해"
"국민통닭먹자! 난 거기가 양도 적당하고 가격도 싸고 딱 좋더라"
남자가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이 있다.
"그럴꺼면 나한테 왜 물어본거야?"
진짜 왜 물어보는 걸까?
그거에 대한 해답은 오래전에 아내와 진지하게 대화를 하며 정답을 근접하게 찾아냈다.
그냥 궁금해서였다.
선택의 순간에 남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자신이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남자의 의견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정답을 알고 나면 그래도 마음이 좀 편안해 진다.
최소한 왜 물어보는지 답답한 마음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내의 질문 의도의 정답을 알고 있다고 해서 아내의 질문에 '어차피 내생각대로 선택해주지 않을꺼면서...'라는 생각으로 대충 답한다면 또다른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특히 "너 하고 싶은대로 해", "몰라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 "어차피 너하고 싶은대로 할꺼잖아?"
이런 대답들은 피해라.
이렇게 대답하는 순간 주위의 공기가 무거워지고 분위기가 싸~해 질것이다.
"맨날 나혼자 고민하고 일을 처리해야해?", "왜 나만 힘들어야해?" 등등의 싸늘한 답변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힐 것이다.
'아니...본인이 그렇게 상황을 만들고 살아왔으면서 왜 내탓을 하는거지? 어차피 내가 말한다고 들어줄 것도 아니고 구박만 할꺼면서 그냥 서로 편하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는데 또 신경질이네....휴...'
남자는 또 힘들어진다.
아내가 듣고 싶은 대답은 남자가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선택이다.
물론 아내와 같은 생각이기 이전에는 채택될 확률은 거의 없다.
실망하지 말고 그냥 이렇게 대답해 주면 그래도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표정의 아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쎄?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하는게 우리 상황에서는 좋을 것 같아~ 근데 너가 다른 계획이 있다면 그렇게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선택하기 힘들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열심히 협조 할께~"
마지막에 "화이팅~"이나 "힘내~" 라는 단어는 빼는 것이 좋다.
저 두 단어는 단어 자체는 매우 이쁘고 좋은 말이지만 위 상황에서는 '난 이제 끝이야 더이상 도와줄 수 없으니 남은 모든 것은 너가 감당해야 하니까 힘내! 화이팅~'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남자는 빨리 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리며 웃으며 집안일을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허언증 있는 남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100%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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