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텐데 그럴 시간이 없을 거 같아 여기에 남긴다. ^^
난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야. 작년 봄에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인문학 공부가 세상을 살피는 힘을 넘어 심지어 수익도 된다는,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경험을 직관적으로 선사하면서
정말 즐겁게 신나게, 또 엄청 긴장하면서 하고 있어. ^^
동생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야.
그런데 그 전에 동생이 먼저 정확하게 답해야 할 질문들이 있어.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고 나면, 주식투자가 좀 더 즐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1 내가 벌고 싶은 돈은 얼마인가?
이거 아주 중요해. 내가 벌고 싶은 돈이 얼마인지 먼저 명확히 정해야 해. 뭐 욕심이야 한정없지만 ^^;; 내가 주식투자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으면 만족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맥시멈을 먼저 정해봐야 해. 얼마든 괜찮아. 그냥 마음껏 생각해 봐.
난 100억이야 ㅎㅎ ^^;; 상상인데 뭐. 이 말 했다가 아내한테 혼났네 ㅋ ^^;; 큰 돈은 큰 재앙이라고. 우리가 만족을 잃어버릴 거 같다고 아내는 걱정하던데, 공감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큰 돈은 그 자체로 재앙이야. 큰 돈이 생기고 박살난 가족의 이야기, 나도 많이 보고 들었으니까. 나도 내내 경계하려고 하고.
그런데도 상상해 보는 이유는 내 욕망의 최대치를 확인해 보는 게, 내가 섣불리 욕심에 내 모든 걸 날리는 결정을 쉽게 하지 않게 하는 힘이 되는 거 같아서 말야. 근데 뭐 일단 그냥 막 질러본 최대치가 100억이야 ^^
그런데 여기에 더해야 할 것은, 그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가 하는 거야. 돈 100억으로 대체 뭘할 건데? 이게 진짜 중요한 질문이지. 난 이 질문을 깊이 친한 이들과 나누고 나서...내가 필요한 돈은 노후를 안정적으로 해줄 돈 정도면 되는 구나. 나머지는 그냥 나의 인정욕구일 뿐이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최종 결론은 20억이었어.
산수야. 어렵지 않아. 연간 필요한 돈을 대략 정하고 이걸 대략 90살까지 확보하는 걸 기준으로 했어. 간단한 계산이지. 하지만 분명하고 또렷하게 계산해 보는 건 진짜 필요한 거 같아.
2 내가 버려도 되는 돈은 얼마인가?
내가 잃어버려도 되는 돈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해야 해.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1년에 대략 1천만을 벌었는데, 이걸 10년 동안 해 왔더라고. 이걸 계산해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 이렇게 연봉 외 수입이 이정도인 줄 한 번도 계산해 본 적이 없었거든. 그냥 열심히 살았어. 내 공부와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고, 그렇게 프로젝트 한 번 하고나면 20만원 30만원이 계좌에 있는 거 보고 그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만 생각했었지.
그런데 작년 봄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난 정말 세계가 멸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까지 있었고, 그러면서 내 삶을 전면적으로 다 돌아보게 되었거든. 그 때 이걸 알고 나서, 내가 1천만원은 잃어버려도, 1년이면 내가 충분히 다시 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1천만원은 여전히 내게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지만, 암튼, 잃어버려도 내가 노력하면 그렇게 오랜 시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회복할만한 돈이구나 이걸 알았어. 이거 정말 중요한 거 같아. 물론 잃으면 가슴 쓰리겠지만, 우리집 기둥 뿌리가 뽑히는 정도는 아니니까.
투자에 있어서 나의 미니멈을 정하는 거지. 이걸 정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거 같아. 그리고 여기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3 내가 벌고 싶은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내가 돈을 벌고 싶은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나는 이제 10대에 접어든 딸과 아들, 학자금 마련하는 10년과 아내와 노후를 보낼 20년을 나눠서 생각했어. 10년 안에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과 20년 후에 우리 노후를 대비해 줄 수 있는 기업. 기준을 그렇게 세우고 이걸 보장해 줄만한 기업은 누구일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굉장히 신중해 지더라고.
물론 세상일이야 알 수 없지. 믿었던 기업이 추락하기도 하고, 기업에 대한 내 믿음이 추락하기도 하니까 변수야 많지만 암튼, 내가 어느 정도의 시간을 기준으로 보는지는 정말 중요하더라. 이렇게 하니까 일단 하루하루 몇 퍼가 오르고 몇 퍼가 떨어지고 뭐 이런 거에 일단 거리를 두게 되더라.
그렇게 해서 난 한국주식에 20퍼. 미국주식에 80퍼. 한국주식은 2년 안에 정리를 목표로. 여기서 얻은 수익을 다시 미국주식을 메인으로 이어가는 걸로 계획했고 실천하고 있어. 10년 수익과 20년 수익을 비교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어. 앞으로 이 투자들이 나의 시간을 벌어다주기를 바라고 있지.
4 내가 만들고 싶은 전략은 ?
일단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어떤 주식을 얼마만큼 사느냐가 중요하겠지. 나는 처음에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다른 걸 다 떠나서, 일단 이 모든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건 나니까, 내가 통제가 가능하고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는 방식을 생각해야 했지. 그래서 결론을 내린 방법은 단무지 10개 였어. 정말 단순하고 무식하게, 한국기업을 후원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좋아하고 기대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기업을 10개 선정해서, 똑같은 금액으로 10개 기업의 주식을 샀어. 미국주식도 마찬가지. 정말 믿음직한 기업, 내가 좋아하는 기업, 아무리 공부해 봐도 부침이야 있겠지만, 결국은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 10개를 선정해서 똑같이 투자했어. 그렇게 시작했어. 변수와 선택이 적어지고, 오로지 기업공부에만 집중하게 되니 좋더라.
그렇게 1년을 지내다 보니 기업마다 수익률이 나눠지고, 수익의 시점이나 패턴도 파악이 되더라. 그때부터는 전략이 필요했어. 어떤 기업에 더 비중을 줬으면 수익률이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물론 욕심이지. 하지만 충분히 욕심을 부려볼만하다고 생각했어. 다시 1번과 2번과 3번에 답했지. 더 사고 싶은 기업과 덜 사고 싶은 기업의 목록이 생기더군. 그런데 그냥 막 하고 싶지는 않고 일정한 기준, 일정한 전략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뭐 내가 아는 전략이 있나. 그래서 축구팀 전략을 활용했지.
5 맨시티 3:4:3 전략
내가 가진 투자금을 전체 11로 나눈 후에, 정말 얘는 절대 잃지 않을 것이다 하는 기업에 1을 뒀지. 골키퍼야. 물론 그래도 골은 먹히지. 하지만 골을 먹더라도, 애가 골을 먹을 정도면, 정말 어쩔 수 없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정말 안정적이고, 정말 내가 언제나 믿을 수 있고 든든한 기업. 수익은 거의 안날 수 있지만 적어도 마이너스는 안날 기업을 골키퍼로 둔 거지. 다음은 수비. 얘네들은 부침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손실은 안볼 거 같다 싶은 기업들에 3을 줬어. 다음은 미드필더. 얘네는 부침이야 있겠지만 20퍼 내외의 수익은 분명 줄거야 싶은 기업에 4를 줬지. 마지막으로 공격수. 얘네는 부침이 심하긴 하겠지만 분명 언젠가 진짜 40퍼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거야 하는 기업에 3을 줬지. 이렇게 정해서 배분했어. 맨시티 전략이야. 플레이어의 퍼포먼스가 평균적으로 뛰어난 팀에서 주로 활용하는 전략. 343이지. 나는 작년과 올해는 크게 상승하는 장일 거라고 결론지었거든.
그런데 지금 내 결론은 이제부터는 대세 하락장일 듯해. 그래서 이제는 수비형으로 바꿔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지표나 정책이나 금리가 다들 대세상승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네. 수비형이니까 244, 154 등을 고민하고 있어. 암튼, 이렇게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은 거 같아. 일단, 재미가 있어. 적당히 긴장되면서 적절히 수익률도 가져가고.
나는 결과적으로 맨시티 전략이 망했어 ㅋ ^^;; 2021년 1분기에 공격형으로 마음을 준 중소형 기업들이 다들 50퍼까지 손실이 나서..^^;; 나의 욕심이었지. 어마어마한 주가 상승에 욕심이 나서... 공부가 부족했지. 상승장에 취하기도 했고, 매매 자체에 너무 신나하기도 했고, 수익률을 무슨 게임처럼 대했고... 으윽...다시 떠올려보니 아직도 마음이 쓰리네 음... 다행히 대신 미드필더와 수비수 기업들이 오히려 엄청난 활약을 해 줘서 결과적으로는 (간신히?) 수익을 내고 있는 중야.
물론 몰빵도 전략일 수 있어. 내가 존경하는 투자자 분들도 몰빵을 선호하기도 해. 그런데 몰빵은 진짜 엄청난 기업을 잘 골라내야 하지. 유소년 축구팀을 돌면서 메시나 호나우드를 발굴하는 것이랄까? 그런 선구안을 만들고 그 섬세한 선구안으로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선수를, 기업을 찾아낸다면, 그 때는 그렇게 가더라고. 그런 기업을 파괴적 혁신 기업이라고 해.
5 파괴적 혁신 기업
파괴적 혁신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문화, 창조와 파괴로 기존의 시장을 재편하면서 시장의 지배자가 되는 기업을 파괴적 혁신 기업이라고 하는데, 지난 10년은 애플이었고, 앞으로 10년은 테슬라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난 아직 그렇게 몰빵을 못하겠떠라고 ^^ 물론 투자의 고수분들도, 아무리 혁신 기업이라고 해도 분산을 충분히 이해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이 드는 기업을 선택하라고 해.
투자는 결혼과 같다고. 신중하게 결정하되, 결정한 후에는 평생을 같이 간다는 생각으로. 기업의 펀던멘탈에 큰 변화가 없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큰 결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최대한 상대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가듯이. 물론 위험은 분산해야 하지만 충분히 공부하고 확신이 있다면 이런 투자도 난 충분히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동생이 한 번 읽고, 한 번 답해보고, 궁금하면 찾아보고, 정리해 보고, 그러고 난 후에도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뜻이 분명해 지면, 그 때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거 같아. 실제 계좌를 어떻게 하고 매도 매수는 어떻게 하고 뭐 이런 거는 유튜브 검색하면 바로바로 알 수 있어서 내가 말하기는 그렇고. 그런 것보다 난 이런 질문에 대한 자기 나름의 답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서. 결심이 서면 그 때 연락 줘. 같이 공부를 해도 좋고. 나야 언제든 환영이지 ^^
돈이 요물이라서, 어떤 관계든 단 1원이라도 돈이 끼어들면 이상하게 사람 마음을 쉽게 상하게 만드는 게 있더라. 정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내 결정에 내가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분명한 것이 아니면 이게 잘 안되더라고. ^^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부디 즐겁기를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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