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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소개합니다

저를 소개합니다.

by 최신버전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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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십춘기

사십춘기를 지독하게 겪었습니다. 10대에 지나온 사춘기보다 더 혹독했습니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습니다. 모든 것이 지겨웠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모부님이 돌아가시고, 거기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분들의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죽음을 몸으로 받았습니다. 죽음을 온몸으로 겪고 보니, 인생의 우선순위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분명했습니다. 문제는 다음이었습니다. 

 

2. 가장 힘든 것은 혼돈

가장 힘든 것은 혼돈이더군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들을 다 의심하게 되었거든요. 아내도, 자식도, 친구도, 직업도, 명분도, 가치도, 돈도, 명예도, 그 모든 것들이 다, 의심스러웠습니다.

 

마음과 영혼의 고통이 극에 달한 사람들이 늘, 정신을 놓아버리는 것은 그것이 혼돈보다는 덜 괴롭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해가 되더군요. 좋은 건 좋은 것대로 잘 지낼 수 있지만,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잘 지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분노든 복수든 무엇이든. 그러나 혼돈은 정말 괴롭더군요. 

 

3. 불행은 절대 혼자 오지 않더라

사십춘기를 그럭저럭 잘 보냈다고 여기던 때, 그러나 아직 우선순위를 명쾌하게 정하지는 못하던 때, 커다란 우환이 찾아왔습니다.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습니다. 진단을 받고, 병원을 찾고,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한 사람이 식물인간이 되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고, 저는 그 사건을 수습해야 할 상황에 있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받은 건강검진이 이상했습니다. 병원에 재검을 받아보니 급성 당뇨병이었습니다. 공복혈당이 298이었습니다. 위기였습니다.

 

 

4. 글. 영화. 유튜브. 캠핑. 그리고 차박.

혼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유튜브를 보고, 글을 쓰고, 캠핑을 하며, 글을 쓰고, 그리고 차박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스타리아를 캠핑카로 만들었습니다. 데일리와 차박을 겸하고 싶었거든요. 차박을 하며 다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유튜브를 보고, 글을 쓰고, 캠핑을 하며, 글을 쓰고, 차박을 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혼자 시간을 내내 보내면서, 많은 것들을 침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들이 가라 앉고, 좀 맑아졌습니다. 제가 무엇을 바라는지 정리가 되더군요.

 

 

5. 다시 정한 우선순위

40퍼센트. 시간을 건강에 쏟고 있습니다. 피트니스로 월 수 토 저녁시간 2시간을 보냅니다. 금 토 저녁에는 농구를 합니다. 어디 가면 주목받는 몸을 60대까지 유지하고 싶습니다. 3점과 수비가 좋은 60대 포인트 가드가 되고 싶습니다.   

 

20퍼센트. 블로그를 쓰고 있습니다. 안본사람은 있어도 한번 본 사람은 없는 그런 포스트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재미있게 글을 쓰고, 즐겁게 소통하고 싶습니다. 

 

20퍼센트. 책을 쓰고 있습니다. 원고의 20퍼센트 정도를 완성했습니다. 제 직업에 관련한 책입니다. 20여년 노하우와 고민, 시작과 끝, 방향과 원칙들을 담고 싶습니다. 최소한 돈값은 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10퍼센트. 음악작업을 합니다. 안들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들은 사람은 없는 곡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10년 보고 있습니다. 꾸준히 가 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멜론 뮤직 어워드 작곡가상을 받고 싶습니다. 

 

10퍼센트. 유튜브 작업을 합니다. 제 것은 아니고, 어머니 유튜브입니다. 흥부자에 이야기가 많고,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입니다. 아직 건강하시지만 조금씩, 치매가 오는 것이 보입니다. 어머니도 느끼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니의 이야기와 생기와 삶을 담아두려고요.

 

일단은 일이 먼저죠.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모든 것의 우선이죠. 이상의 이야기는 저의 개인시간에 대한 것입니다. 방향을 정했습니다. 다만 나아갈 일만 남았죠. 이제 생각은 그만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많이 했습니다. 이젠 다만 나아갈 생각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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