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2020년 10월 7일 캠핑카 업체에 계약금 500만원을 보냈다.
3년간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남자들의 로망!
특히 코로나로 인해 붐이 일고 있는 캠핑에서의 끝판왕!
캠핑카를 계약했다.
나의 첫 캠핑은 2002년 12월 논산훈련소 동계훈련이었다.
A형 텐트에서 장정 3명이 꾸겨져서 자다가 중간에 보초를 서기 위해 깻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는 것이 나의 첫 경험이었다.
그때부터 캠핑이 싫었다.
나의 두번째 캠핑은 정식 캠핑은 아니지만 2015년 여름 어느날 버팔로 그늘막 텐트를 사서 써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3살, 2살 아이를 데리고 친구네 가족과 한강공원에 가서 잔디받에 그늘막 텐트를 피칭했다.
그때 알았다...그늘막 텐트는 그늘 밑에 쳐야한다는 것을...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늘막 텐트의 부심을 부리며 땡볕아래 피칭을 했고, 호기롭게 한강엔 치킨과 피자지 하며 치킨과 피자를 배달 시켰다. 땀으로 샤워를 했고, 우리 아이들은 땀띠가 생겼다.
그때부터 캠핑이 더 싫어졌다.
나의 세번째 캠핑은 2015년도 8월 어느날 캠핑에 빠지게 된 처형남편(형님)의 권유로 처갓집 식구들이 인천영종도의 선녀바위 근처의 해변으로 캠핑을 갔다.
장인어른, 장모님, 우리식구 4명, 처형식구 3명 총 9명이 그날의 멤버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1박의 계획은 없었고, 당일 피크닉 형식으로 아침 9시에 출발해서 10시경에 도착하여 그날의 선녀바위 대첩이 시작되었다.
형님의 지론은 캠핑가서 주변의 텐트보다 먹는것을 잘먹어야 한다였다.
그래서 챙긴 식자재는 삼겹살 재료, 냉면 재료, 삼계탕 재료, 간식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실소만 난다.
8월의 땡볕에 그늘막 텐트 하나 쳐놓고 삼겹살을 굽기 시작했다.
돌쟁이 딸을 안고 땡볕에서 삼겹살을 먹으니 쌈장을 찍지 않아도 나의 땀과 섞여 간이 맞았다.
거기서 우린 멈춰야 했다...ㅠ,.ㅠ 입가심으로 냉면을 준비했는데 12시 땡볕에 면을 삶고 찬물로 행구기 위해 계수대로 가서 면을 씻어와서 냉명을 먹는데 진짜 땀이 육수만큼 나온듯 했다.
거기서 우린 멈춰야 했다...ㅠ,.ㅠ 1시부터 삼계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진짜 다 팽개치고 돌쟁이 딸이 안고 근처 소나무 그늘로 피신해서 몇시간을 서있었다.
형님은 딸을 데리고 1cm안에도 보이지 않는 서해안 갯벌물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셨고, 나의 아내는 3살 아들을 돌보고...나는 이날을 선녀바위 대첩이라고 칭하며 2016년 설날부터 시작해서 명절 때 처갓집 식구들이 모이면 그날의 악몽을 웃으면서 하소연 한다. 이제부터는 캠핑하는 사람을 이해하지를 못하기 시작했다.
나의 네번째 캠핑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 하나인 망각으로부터 시작하여 3년전 한강과 선녀바위 대첩의 기억을 어느정도 잃어버리고 2018년 8월 첫째주 어느날 집앞 캠핑장에 예약이 되어 6살, 5살 아이들을 데리고 호기롭게 출발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아이들의 위해 캠핑을 다녀야 하는 분위기 였다.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장비는 콜맨 돔텐트, 부르스타, 화롯대가 전부였다. 진짜 그게 전부였다.
오후 2시에 체크인을 하고 35도의 그늘 없는 파쇄석 사이트에 처음 쳐보는 돔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아내와 땀을 뻘뻘 흘리며 치다가 방수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닳고 텐트를 피칭하다 말고 근처 캠핑 전문점에서 방수포를 하나 사왔다. 그때 바닥에 까는 매트도 샀어야 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텐트를 겨우 피칭하고, 너무 더워서 집에가서 집에서 사용하는 선풍기를 들고왔다. 캠핑장에서 집까지 차로 10분거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게 선풍기를 틀고 5시부터 화롯대에 숯을 넣고 불을 지폈다... 그렇게 그날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주변 텐트를 보니 화롯대에 숯을 넣고 불을 지피는 팀은 한팀도 없었다. "캠핑왔으면 숯불구이지... 숯불구이 안할꺼면 캠핑 왜 오는거야???" 아내에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며 숯에 불을 붙였는데 숯에 불이 붙으니 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옷이 내몸에 붙었다... 그리고 삼선 아디다스 모기들도 붙었다...
도저히 못견디고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와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의자와 테이블도 없이 텐트 앞에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사용하던 작은 다과상에서 식사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모기와 전쟁을 하며 식사를 마치고 텐트안에서 선풍기 바람만 쐬면서 4식구가 앉아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8시경 옆 텐트들은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너무 가고 싶었다.
9시에 빨리 자기로 하며 누웠는데 파쇄석이 그대로 나의 등과 엉덩이를 마사지 하기 시작했다. 이불위로 가면 덥고 내려오면 베기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일찍 잠이 들었고, 아내와 나는 모기장 너머 밤하늘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빨리 잠들길 바랬는데 새벽 1시까지 잠못드는 밤이었다.
이러니 내가 캠핑카를 사야겠니? 말아야겠니?
다음 이야기는 내가 1억가까이 하는 캠핑카를 사면서까지 캠핑을 하려는 이유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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