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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어깨 #그루

2.4만 빵이 10만이라니. 포켓몬빵. 기획자는 누굴까.

by 최신버전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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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PC? 컴퓨터 회사인가?

SPC.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어마어마한, 그리고 엄청 친숙한 이름이 들려오더군요. 삼립. 샤니.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2. 제빵 거대 기업

이들 기업들이 하나의 기업 계열인 줄은 몰랐어요. 공부해보니, 그냥 그 자체로 드라마 한 편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더군요.

 

1945년 10월 초당 허창성 창업주가 황해도 옹진군에 빵집 '상미당'을 차린 게 기원이다. 1948년 서울 을지로로 본거지를 옮기고 1959년 '삼립산업제과'로 법인화한 후 1968년 서울 가리봉동에 공장을 차리며 '삼립식품공사'로 개편했다. 그는 크림빵 이후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일본에서 찐빵을 보고 영감을 얻어 1970년 가을 삼립 호빵을 출시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고, 1976년 보름달을 출시하면서 양산빵 시장을 제패했다.

1972년에 한국인터내쇼날식품(현 샤니)을 세우고 1977년 허창성 회장은 장남 허영선에게 삼립식품의 경영권을 넘겼고, 차남 허영인에게는 샤니의 경영권을 넘겨 주고 1989년에 명예회장으로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큰 규모의 삼립식품을 물려받은 허영선 회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들어 회사의 주력 분야인 제빵 분야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자, 외식업이나 리조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 위기를 맞으며 삼립식품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1999년에 국찐이빵이 히트를 치기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한편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1동에 있는 조그마한 공장 하나뿐인 샤니[1] 를 물려받은 허영인 회장은 식품 분야에 올인하여 1985년에 광주 한서제과(현 호남샤니)를 인수하고 미국 배스킨라빈스 인터내셔널과 합작해 비알코리아를 세운 뒤, 1986년 귀주(현 파리크라상)을 세워 외식사업에 진출했고, 1988년 태인산업, 1989년 태인유통을 각각 세웠다.

1994년에 '태인샤니그룹'을 출범하며 파리바게뜨의 큰 성공으로 회사의 규모를 더욱 크게 불려 가며 양산빵 업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한다. 2000년에 '해피포인트카드'를 출시하고 2002년 마침내 본가였던 삼립식품을 역으로 인수하며 2004년에 'SPC그룹'을 출범시켜 삼립식품의 역사까지 승계했다.

 

3. 이거슨 그냥 리얼 드라마?

일가를 이룬 아버지. 제국을 물려받았으나 영광을 잃어버린 큰아들. 고작 공장 하나를 물려받았으나 더 거대한 제국을 이룬 작은 아들. 디테일을 명확히 알 수 없고, 진위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나무위키에 나와 있는 이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왠만한 기업소설 이야기 그대로더군요. 그런데 이 기업의 이름이 최근에 뉴스에 나와 귀가 쫑긋 했습니다.  

 

 

 

 

4. 포켓몬빵의 위엄

네. 포켓몬 빵 때문입니다. 보자마자 정말, 이야...감탄이 나왔습니다.  포켓몬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도 한 번 사서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사진과 이야기와 추억을 꺼내 놓고 싶을만큼 아이디어가 넘치는 디자인들이 빼곡히 들어 있었어요.

 

 

 

 

5. 홍보의 바탕은 실력

포켓몬 캐릭터에 맞춘 다양한 빵의 종류들. 하나하나 다 맛있더군요. 저는 속이 든 빵을 좋아하고, 아내는 속 없는 빵을 좋아하는데 다 맛있었습니다. 전부다 골고루 한 번 먹어보고 싶더군요. 포켓몬 캐릭터를 얼마나 제품에 녹여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현재 구입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6. 포켓몬빵 디자인의 정수 - 포켓몬 상자

품절. 게다가 이 제품이 중거장터에서는 10만에 거래되었더군요. 보면서 정말 감탄했습니다. 브랜딩. 그러나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개인 브랜딩. 제가 바라는 것은, 개인 브랜딩입니다. 포켓몬 빵의 가치를 판매가격보다도 더 높여준 핵심적인 디자인, 저에게는 상자였습니다. 저 상자만 봐도, 궁금하고 기대되고, 인정받고,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게 만들었지요. 빵의 맛과 디자인과 향과 식감은 제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영역이고요,

 

 

 

7. 포켓몬빵의 기획자는 누구일까?

그런데 이 아이디어 어디에도 개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정말 많은 사람의 협의와 논의와 의사결정으로 이런 아이디어가 결정된 것일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런 협의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를 저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어느 개인, 팀, 소수 집단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그들이 양산까지 밀고 나간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8. 디자이너를 알려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혹 가능하다면, 이런 제품의 어느 구석에, 아주 작게라도, 이 아이디어를 최초 제안한 사람이나 현실화한 디자이너나 디자인팀의 이름을 이곳에 실어주면 어떨까요? 그냥 spc의 제품으로만 유통하지 않고 기업과 노동자의 협업임을 밝히고 함께 축하하며 격려하며 기대하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기업도, 노동자도 서로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업의 결과물에 기여하면서도, 개인의 브랜딩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협업이 가능할 방법은 없을까요? 사용자가 노동자가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고 기대하고 협력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며 이익을 나누는 그런 태도로 제품을 기획하는 것은 안될까요? 제가 모르는 현실의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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