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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어깨 #그루

김환기 작가의 NFT 작품 '우주'는 대체 왜 7억일까?

by 최신버전 2022.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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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한기 작가님의 대표작 '우주'

이 작품을 NFT로 작업한 작품 3점이 총 7억원대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온라인 작품이니 기획하는 영상장비에 따라 크기를 얼마든지 크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크기의 압도감이 주는 그 자체로서의 매력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더 이상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저에게는 우주에 관한 그 어떤 매력적인 영감도, 감정도, 사유도, 떠오르는 작품이 아니더군요.

더구나 가격은. 7억이라니. 대체 이게 뭘까요.

 

 

 

알아보니, 이 작품은 오프라인 오리지널이 있더군요. 

푸른색 전면 점화 '우주'. 

김환기 작가님의 기량이 최고조에 오른 시기로 평가받는

작가님의 말년인 1971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가격은 132억.

이 작품은 2020년 11월 23일 홍콩 컴벤션 전시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8800만 홍콩달러, 당시 130억원에 낙찰되었다고 합니다.

 

NFT 작품을 다시 보았습니다.

푸른색과 청록색 계열의 색.

두 개의 파동이 퍼져나가는 디자인. 

언뜻 두 개의 원형으로 짜여진 직물을 이어 놓은 듯한 질감. 

빛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증명하려 했던

이중 슬롯 실험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더군요.

 

 

 

이 작품을 저는 27인치 아이맥 화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NFT여서, 온라인 작품이어사 가지는 장점이 뭘까 생각해 보니

사이즈가 아닐까 싶더군요.

온라인 작품이니 클래식 작품같은 캔버스나 물감의 질감, 그것이 만들어 내는 뉘앙스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들더군요.

사용하는 기기에 따라 얼마든지 커다란 크기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매력이 있지 않을까?

온라인 미술작품이 오프라인 미술작품에 비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은 '크기'가 아닐까?

 

크기도 그 자체로 작품의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이것을 느끼게 해 준 것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나 한동안 머물렀던 그림이었습니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

거의 나폴레옹이 요구한 대로 그린 상상화에 가깝다는 평가와

그림에 얽힌 나폴레옹의 이야기로 재밌게 기억했던 그림,

워낙 유명해서 누구든 어디에서든 교과서에서도 보았을 이 그림에 정말 놀랐던 것은

이 그림의 압도적인 크기.

가로가 대략 10미터, 세로가 6미터(629 * 979)

 

 

 

사람에 떠밀려 루브르를 걷다가 좀 쉬려고 접어들었던 회랑에서 정말 우연히, 아무런 기대 없이 이 그림을 만나고,

정말 그 거대한 크기를, 그냥, 그 크기가 주는 압도감에 한동안 그림 앞에 머물렀습니다.

나폴레옹이 관객에게 바란 것이 이 압도감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다가

나폴레옹이 평생 세상과 사람들에게 바란 것이 이 사이즈와 화려함으로 일으키는 압도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다가는 엉뚱하게도, 

제가 9살 때, 영화관에 처음 가서 강시 영화를 봤을 때, 우뢰매를 처음 봤을 때,

그 생생한 기쁨과 놀라움과 공포와 통쾌함을 가능하게 했던 요소 중에는 분명,

화면의 크기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더군요.

 

그러나 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김환기 작가님의 우주. 온라인 작품 3점의 가격이 7억이란 것에 더 놀랐는데,

세상에 오프라인 작품이 130억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

오프라인 작품이 130억 이어서 온라인 작품이 7억인가? 하니 언뜻 이해가 될 듯하다가는,

현대추상작품에서 별다른 이미지도, 감정도, 스토리도 떠올리지 못하는 저는

현대 예술을 감상할 소양도, 능력도 안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뭐..물론..

그런지도 모르겠지만...그렇다면... 아니...아무리 그래도, 이게 무슨 개수작인지...

이 그림이 130억이라니...

저는 어떤 감정도, 감흥도, 뉘앙스도, 이미지도, 스토리도 떠오르지 않는 작품이

제가 200년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라니...

이게 정말 이만한 가치라니...

 

 

우주. 라는 낱말을 들으면 단번에 떠오를 작품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사진작품입니다. 제목은 '우주'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나 식상한 사진이었습니다. 

까만 화면에 점점이 박혀 있는 하얀 빛. 

크고 작고 조금 번지고 조금 깜박이는 듯한 점들.

한국의 어느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소개하는 설명을 보며

겨우 이 정도 작품이 대상이면 우리나라 사진 예술의 형편은 알만하네 하는 마음으로 

계속 보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사진의 프레임을 따라 어두운 황갈색의 띠가 보였고, 일부만 노출된 그 선을 보니 아마도 이건

원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런데 이 원형의 괘도, 그 안과 밖으로 분명 명암의 차이가 보였고

언뜻 그건, 아니 이건... 아마도, 무언가의 뚜껑같아 보인다고 생각하던 찰나.

뒤통수에 벼락이 내리는 듯이 내리 꽂힌 소름.

그건... 항아리 뚜껑이었고, 뚜겅에 고인 물이었고, 물에 뜬 먼지였다. 

먼지라니!!

항아리의 뚜껑에 고인 물. 그곳에 떠다니는 먼지들.

그들을 한 프레임에 담은 사진.

'우주(universe)'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혹 이 작품을 아시는 분은 작품의 링크 좀 부탁드립니다. 간절히 찾습니다.)

 

나에게는, 우주를 테마로 한 그 어느 예술품보다도 파격적이고, 자극적이고, 놀랍고, 역동적인 작품이었다. 

내가 두 작품 중에 어느 것에게 130억을 주어야 한다면,

난 이 작품에게 줄 것이다. 

 



출처: https://dasidasi.tistory.com/entry/김환기-우주-알-수-없는-작품-더-알-수-없는-가격-7억 [교사가 지치지 않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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