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스24 베스트셀러
예스24. 4월 2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았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1권 2권 이 나란히 1위, 2위에 올랐다. 고개를 끄덕였다. 유튜브에 소개된 영상만 봐도 소름이 돋는 대사와 장면이 넘쳤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솔로몬의 선택 장면.
2. 정직한 것이 정답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그 거친 세상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온 선자. 1980년대, 선자의 손자 솔로몬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택지개발이 지연되는 원인이 된 주택의 주인을 찾아간다. 일제강점기, 일제의 강제징용에 끌려와 거칠게 살아온 주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솔로몬은 자신의 할머니 선자와의 만남을 마련하고 오랜 세월 그리움을 감내하며 거칠게 살아온 두 여인의 일상적인 교감은 마침내 주인 할머니가 집을 팔겠다는 허락을 얻게 만든다. 그러나 계약 당일, 주인 할머니는 고민하다 묻는다.
"내 온 몸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일본인에 대한 분노로 끓어오르는데, 그 분노가 이 집을 팔면 안된다고, 내 고향 내 몸같은 이 집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너희 할머니라면, 너희 할머니라면, 어떤 대답을 하겠니?"
그때 솔로몬의 대답은. . . "아니오. 팔지 마세요.'"
3. 자유의 춤
주인 할머니는 웃는다. 그리고 계약서를 덮고 회의장을 나간다. 솔로몬의 보스는 솔로몬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솔로몬은 밖으로 뛰쳐 나간다. 비가 내린다. 마구 달린다. 그러다 멈춘다. 버스킹을 하는 어느 밴드의 음악이 들려오는 곳 앞에서, 솔로몬은 눈을 감고, 비를 느끼며, 춤을 춘다. 어색하고 어설프지만 너무도 자유로운 춤을.
그런데 이 장면에서 내 소름을 끌어올렸던 것은 이 장면과 교차로 편집된 선자의 이야기. 선자 할머니는 50여년 만에 고향 부산을 찾는다. 선자가 부산에 도착했을 때에도 비가 오고 있었다. 50여년만에 자신이 몸을 담았던 부산 기장의 그 바다를 보자, 선자는 택시를 세우고 바다에 발을 담근다. 칠흑같이 검은 바다, 비가 내리는 바다에서 오열하는 선자. 이제야 왔다고 이제야 왔다고 바다에 몸을 담그고 비를 맞으며 오열하는 선자.
솔로몬이 맞고 있는 비를, 선자도 맞고 있다. 그러나 선자가 몸을 담근 바다를 솔로몬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결국,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바다.
멋진 작품이었다. 멋진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이렇게나 멋지게 만들어낸 영상 제작진이 정말 훌륭했다.
4. 기이한 책. 가불선진국.
그런데 기이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가불 선진국.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책이었다. 언론을 못믿게 된 지는 오래다. 사법부의 판결은? ...
5. 사법부는 정말, 공정한 걸까?
모르겠다. 그 엄청난 사법농단의 결과, 누가 처벌되었나? 뭐가 변했나? 무엇이 바뀌었나? 현실은 쥐뿔도 모르는 백면서생 책상물림의 빈약한 현실감각일테다. 그래도, 이강백 작가님의 파수꾼의 메시지를 놓지 못하겠다. 우리가 가장 의심해야 할 것은 파수꾼. 선지자, 편결자. 선과 악, 죄와 벌, 적과 공포를 선언하는 망루와 첨탑 위의 무리들.
6.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오랜 나의 벗은 만나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쏟아낸다. 그는 그들 일가의 범죄와 파렴치함을 내내 길게 혐오했다. 언론에 소개된 판결과 증거와 증언을 꺼내며 그는 내내 길게 분노했다. 조선일보에서, 한겨레신문에서 모두 찾아낸 자료들. 그런데... 난 모르겠다. 비아냥도 아니고, 조롱도 아니다. 정말 솔직한 심정이다. 모르겠다. 다른 것은 모르겠고, 내가 모르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것. 지금까지는 그러한데... 글쎄... 이것도 내 환상이고 아집일까...아..진짜 모르겠다.
7. 대중이 선택하는 진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의 책이 베스트 셀러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처벌과 형벌과 비난과 조롱과 힐난과 공격은 여전히 대단한데 한편에서 그는 여전히 국가의 방향과 윤리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그것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며 함께 공감한다는 것이다. 기이하다. 정말 기이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아니, 모르고 싶은 건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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