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교복을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무상으로 교복을 학생들에게 공급해준다.
단, 학교에서 2단계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를 통해서만 무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2단계 경쟁 입찰은 1차로 교복 선정위원회에서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샘플과 사양서를 보고 점수를 매기고, 1차에서 평균 85점 이상을 받은 업체들이 2차로 가격 경쟁을 해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최종 낙찰되는 구조이다.
올해 교육청에서 학생 1인당 교복구입비로 책정한 가격은 대략 30만원이다.
30만원이 넘게되면 넘는 가격에 대해서 학생들이 개인부담을 하고, 30만원보다 낮게 낙찰되면 와이셔츠나 생활복을 추가로 구매하여 가격을 맞추는 구조이다.
상식적으로 1단계를 통과하고 2단계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금액을 알고 있기 때문에 30만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서로 경쟁하여 낙찰되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해는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3만원에 최종업체가 선정이 된 것이다.
업체가 싸게 가격을 제시하여 낙찰되었는데 왜 이상한 일일까?
처음에는 교복 구성품 중에 무언가 하나를 빼고 가격을 책정한게 아닐까 하고 업체와 통화하여 확인하였다.
절대 아니고 납품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잘알고 입찰에 참여했다고 한다.
업체 사장님과 대화를 하고 궁금증이 풀리면서 사실 좀 충격을 받았다.
"왜 이렇게 싸게 입찰하신거에요? 교복 품질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죠?"
"아휴... 올해 난리도 아니에요ㅠ,.ㅠ 저희 한군데도 낙찰을 못받았어요..."
"왜요?"
"1단계 품질심사를 통과해서 가격 입찰에 참여하면 대기업(교복 유명 메이커브랜드)에서 가격을 확 다운시켜서 들어와버려요. 30만원이 지원금인데 18만원에 써내니 우리가 낙찰 될리가 없죠."
"아니 왜 그렇게 싸게 입찰을 하는거에요? 남는게 없잖아요?"
"본사에서 학생 한명당 10만원씩 지원을 해준다고 해요. 그럼 대리점은 결국 28만원에 공급을 하는 것이니 그대로죠... 거기에 남는 보조금으로 와이셔츠나 바지가 더들어가니 거기서 이윤이 또 남구요...."
"진짜요? 왜그렇게 한데요?"
"뻔하죠...그렇게 2년정도 자본력으로 밀어부치면 저희같은 중소업체들은 못버티고 파산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럼 이거 문제가 심각한거 아니에요? 코로나로 안그래도 다들 힘든데 중소업체를 파산시키고 독점하려는 거잖아요?"
"네 맞아요. 저도 이번에 직원들 월급이라도 벌려고 이 가격에 입찰한거에요..."
진짜 뭔가 한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사실 소비자들(학생)은 당장은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30만원으로 유명브랜드 교복을 여러벌 받게 될테니...
근데 분명 2~3년 뒤에는 후폭풍이 일어날 것이다....아니 당장 내년부터 여러학교에 납품을 하면서 납품 시기를 맞추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확률도 크다. (하지만 이건 학생들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중소기업들이 다 도산하고 나면 분명 2~3개 남은 유명브랜드 업체들이 분명 가격 담합을 할 것이고, 가격도 매년 자신들의 입맞에 맞춰 올릴 것이다.(최종 낙찰업체 가격이 교육청 지원금액을 넘게되면 추가되는 금액은 학생 개인 부담)
'2~3개 업체가 경쟁하는데 그래도 가격을 마음대로 많이 올리진 못하겠지...'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진짜 개인적인 생각인데 만약에 남은 업체들이 구역을 나눠서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조약을 맺고 1차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자신의 영역이 아닌 구역에서는 높은 가격을 쓴다면....그럼 그들의 바람대로 그들이 학교나 교육청보다 높은 위치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영업을 할 것이다.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아픈 옛 기억이 떠올랐다.
교복공동구매가 처음으로 시작되던 해에 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담당자로서 정말 꼼꼼하게 교복을 살피고 업체를 선정했던 기억이 있다.
몇개월을 고생해서 업체를 선정하고 교복을 납품 받으면서 민원 전화를 몇통 받았다.
"신입생 *** 학부모인데요. 이거 와이셔츠 가격이랑 바지 가격이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하신데요?"
"와이셔츠가 한벌에 48,000원이고 바지가 52,000원이에요"
"좀 비싸긴 한데 뭐가 문제인거죠?"
"동복 자켓이 38,000원인데 이건 아니지 않아요?"
그렇다...학생들이 보통 두벌씩 구입하는 것은 상식보다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고, 한벌만 구입하는 동복 자켓의 가격을 확 다운시켜 전체적인 가격을 다른 업체보다 살짝 낮게 책정하여 가격경쟁에서 입찰에 성공한 것이다.
전략의 성공일 수도 있지만 모든 피해를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게 된 것 같아 충격을 받았다.
그때 당시에 처음 생긴 업무이긴 했지만 저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게 너무 화가났다.
업체 사장님을 불러서 이야기를 해봤지만 당연히 자신들은 잘못한게 없다고 하며 문제 될 것 없다는 발언을 하였고, 가격 조정은 절대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짜 너무 화가나고 분해서 그때부터 교육청에 계속 전화를 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하였고, 전수 조사결과 다행이 다른 몇몇 곳에서도 피해(?)사례가 나와서 대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1차 심사 기준에 '교복 품목별 가격 비율' 항목이 마련되어 위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되었다.
생각해 보니....그때 문제가 되었던 업체도 유명브랜드 업체였구나......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교육청에 민원을 넣을 예정이고, 해결이 안된다면 국민청원에 민원을 올려볼 예정이다.
물론 조금 더 정보와 자료를 조사하여 진행할 것이고....해결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고민해봤다.
'교복가격 인상 상한제', '교복제조원가 투명 공개', '품목별 공동구매'...하...어렵다..
이건 나보다 머리 좋으신 분들께 양보하고 일단 진상 조사를 하고 부당한 부분이 확실하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내 임무라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라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하도 배워서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까먹질 않는다.
우리가 자라고 교육받는 과정에서 '이윤창출'이라는 결과만 달달 외우고 주입해서 인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많이 떠오르는 키워드가 문득 생각났다.
'상생'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뜻이다. 너무 아름다운 말인 것 같다.
'코로나 상생 지원금', '대중소 기업 상생 프로젝트', '상생상회' 등등 많은 곳에서 쓰인다.
부디 이말이 그냥 듣기 좋은 말로 끝나지 않고 잘 활용되어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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