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초 와이프의 갑작스러운 복직으로 인해 차가 한대 더 필요하게 되어 네이버 카페 '모닝*'에 가입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 후 지인에게 년식은 오래되었지만 주행거리가 27,000km밖에 안된 2011년식 뉴모닝을 200만원에 구입했다.
아내에게 기존에 타던 세단을 타라 하고, 내가 모닝을 타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내가 "나는 이거 운전 못하겠어!"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겠는가...
그렇게 190cm/95kg인 나의 모닝 운행은 시작되었다.
3월의 추운 어느날 "빵빵~~~"크락션이 울렸다.
깜짝 놀라 신호등을 보니 파란색으로 바뀌어있었다.
그렇다....신호의 가장 앞줄에서는 신호등을 보려면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내밀어 확인해야했다.
근데 갑자기 뒤에있던 차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창문을 내리고 째려보고 갔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1~2초 늦게 출발했다고 크락션을 울리고 째려보고 갈 일인가?'
10년간 세단을 운전할 때는 크락션 소리를 정말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갑자기 울컥해서 그차를 쫒아 갔는데...... 아무리 밟아도 멀어져만 갔다...ㅠ.,ㅠ
다음 날부터는 고속도로 주행할 때는 창문을 닫고, 시내주행할 때는 히터를 쎄게 틀고 창문을 열고 다녔다.
일부러 팔도 창문에 걸치고 운전을 했다...(봐라 나의 우람한 팔뚝을 ㅋㅋㅋㅋ)
문신 팔토시도 검색해봤다....(검색만...)
차량 뒤에 붙이는 스티커도 검색했다.(빵빵거리지 말고 와서 따져! 기다릴께~)
그러던 어느 순간 그런 내 자신이 한심해 지면서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깨달음을 얻게 됐다.
좀 더 정신 수양을 해야 이런 일에 의연해 질꺼라고 다짐하고 다짐했다.
"빵빵!!!"
"저 X새끼...."
난 성인이 될 수 없나보다... ㅋㅋㅋㅋ
모닝을 처음 탈때는 모든게 긍정적이고 신기하고 잼있었다.
세단은 5만원 주유하면 4일밖에 출퇴근을 못하는데 이건 만땅을 넣어도 5만원이 안나오고 7일 이상을 출퇴근 하면서 톨게이트 비도 50% 할인을 해줘서 돈을 버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조수석쪽 물건이나 조수석 문이 제대로 안닫혀도 그냥 팔만 뻗으면 모든게 수습이 가능했고, 마치 범버카나 카트라이더를 타는 것과 같은 승차감도 운전에 재미를 불어넣어 줬으며, 주차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지인들을 만나면 경차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1년에 3~4번은 과속으로 인한 딱지가 집으로 날라왔는데...
모닝으로 바꾼 후 6개월간 한번도 딱지를 끊은적이 없다. 이유는 이렇다~
50km속도 제한 구역에서 너무 빨린다 싶어서 티맵을 봤는데 빨간불이 안들어온다....
티맵 오류인가??? 아니다 모닝을 운행하면 실제시속 50km를 체감시속 80km로 느끼게 해준다.
빠르게 달리는 쾌감도 주면서 규정속도로 달리고 있던 것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시속100km를 넘으면 티맵보다 더빠르게 핸들을 통해 경고를 준다.
핸들이 '덜덜덜' 떨리며 경고를 보낸다.
이경고를 무시하고 달리다 보면 시속120km 부근에서 시트를 흔들어 준다~'덜덜덜덜덜덜덜'
이것도 무시하면 엔진에서 굉음을 내며 터지기 일보 직전의 위협감을 선사한다.
속도를 줄이며 규정속도로 달릴 수 밖에 없다.
차가 작아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것을 미리 예방하는 이 얼마나 진보한 테크놀로지(AI) 기술인가?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이나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주차장에서 마주쳤을 때가 반복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차바꿨네~ 왜이렇게 작은걸로 바꿨어? 덩치에 안맞게???"
"응~ 그냥 전기차 상용화 될 때까지 타려고~ 유지비도 저렴하고 좋네~"
이정도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변명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운동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차장에서가 가장 위기다.
운동할 때는 그 공간에서 만큼은 밖에서 회사 사장님이거나 엄청난 부자이거나가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운동을 잘하냐 못하냐가 그 공간에서는 엄청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운동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엄청 겸손하게 같이 한게임 하자고 부탁한다.
그러다 주차장에서 그 사람의 벤츠 옆에 내차가 주차 되어있을 때의 뭔지 모를 시선과 부끄러움은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구나 반성하게 한다.(차라리 말이라도 걸지....그냥 모르는 척 해주는게 더싫다 ㅋㅋ)
몸을 꾸겨가면 운전석으로 들어갈 때는 더더욱...
사람들은 처음보는 사람들을 대할 때 남자의 경우는 그 사람의 피지컬을 살피고 반응한다.
남자들이 힘든 쇠질(웨이트트레이닝)을 해가며 몸집을 불릴려는 이유도 사실은 본능에 의해 다른 수컷보다 강해보이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적을 만나면 본능적으로 몸을 최대한 부풀리고 크게 만들어서 상대방을 위협하니 말이다.
도로위에서는 차의 크기나 브랜드가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유가 생기면 도로위에서도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크고 비싼 수입차를 사려고 아둥바둥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경차들도 목도리 도마뱀처럼 뭔가 위협적으로 보일려고 튜닝을 하는게 아닐까? ㅋㅋㅋㅋㅋ
'난 돈이 없어서 이걸 타는게 아니다', '경차 탄다고 깔보는 사람이 문제다' 수없이 다짐했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다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걸 인정한다는 것 같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소심한 존재라면 열심히 돈을 벌어서 크고 좋은 차를 사야할 것이다.
만약 그것도 안된다면....
단, 이방법의 문제점은 저렇게 숨겨놓고 다음날 아침 바쁜 출근길에 나도 내차를 못찾아 해매야만 한다ㅠ,.ㅠ
모닝을 6개월 넘게 타면서 느낀 결론은 조금 늦게 출발한다고 뒤에서 "빵빵"거려도... 끼어들 공간이 없어도 내앞으로 차들이 마구 끼어들어도... 깜빡이를 계속 키고 끼어들려고 차 10대를 보내고도 못끼어들어도...
난 내차에 대한 변명을 생각하지 않고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타는 것이 부족한 내가 조금이나마 성숙해지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매일 아침 외친다.
"굿모닝~~~"
ft. 운행 중 같은 기종의 모닝을 만나면 반갑고 혼잣말로 "굿모닝~"하면서 편하게 끼어들게 공간 만들어 주는건 버스기사님들이 같은 회사 버스 마주치면 손들어주는거랑 같은 심리인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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