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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어깨 #그루/데일리 모닝 단상

오픈런을 뛰는 사람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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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그럼 '신본', '롯본', '신강', '압갤'은요?

OPEN RUN 직역하면 열면 달려~

잠시나마 경험해본 오픈런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샤넬 입장 대기줄 출처: 머니투데이

 

내가 오픈런을 뛰었던 이유는 아내의 4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함이다.

정식명칭 '샤넬 클래식 캐비어 똑딱이 카드지갑 은장 AP0214' 일명 '클똑'이다.

현재 인터넷 구매대행으로 구매하면 930,000원 정도 하는데 익일 수령은 추가 요금이 붙어 1,000,000원이 넘는다.

해외 구매대행 가격

백화점 구매 가격은 640,000원 정도이다.

30만원 이상의 가격차이가 난다.

왜 백화점 가격이 더쌀까? 이유는 단 하나....살수가 없어서...

이게 무슨 말일까 싶겠지만 샤넬의 인기 품목은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물론 일명 '플미'(프리미엄)라고 하는 웃돈을 주고 구입하거나 인터넷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서 돈을 더 지불하고 구입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인간의 욕구에 의해 자연스럽게 가격이 올라간다.

샤넬 가방 중에 '샤넬 클래식 미디움' 일명 '클미'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는데 이미 백화점 가격이 1,000만원을 넘었다. 

인터넷 구매대행 가격은 1300만원 가까이 한다.

저게 뭐라고.... 저렇게 열광을 할까? 

남자인 나로서는 100%이해는 절대 못하겠지만 이번에 오픈런을 뛰며 먼가 샤넬백에 대한 애착이 생긴거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갈 것 같다.(사실 잘 모르겠다....)

 

오픈런을 뛰는 사람들은 내 생각엔 크게 3가지 유형인것 같다.

첫째.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내사랑 샤넬백을 득템하려는 사람들(샤넬러)

둘째. 저렴한 가격으로 샤넬백을 구입하여 '플미'를 붙여 되팔려는 사람들(리셀러)

셋째.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끝까지 가보자 하는 사람(나!!!)

 

일단 오픈런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자 한다.

오픈런을 공부하면서 가방을 살 수 있는 샤넬 매장이 전국에 많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방을 살 수 있는 매장은 대부분 서울에 집중이 되어있고, 명동에 위치한 신본(신세계 백화점 본점), 롯본(롯데 백화점 본점), 강남에 위치한 압현(압구정 현대백화점), 압갤(압구정 갤러리아), 신강(신세계 백화점 강남), 롯강(롯데 백화점 강남) 대구, 부산에 각각 1개 정도씩 위치해 있다.(강남 집값이 비싼 이유가 이건가????)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

또한 이 오픈런이 무서운게 재고가 풀릴지 안풀리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을 해야하고, 심지어 일찍 줄을 선다고 무조건 득템을 하는 구조도 아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매장에 물건이 있는 구조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전날 팔고 남은 물건(인기 품목이 남아있을 확률이 거의 없다.)

둘째, 오픈 전 입고 된 물건

셋째, 오후에 입고 된 물건

이렇다보니 아침 일찍 줄을 서도 물건이 오후에 입고되는 경우에는 구할 수가 없고, 허탈감은 2배이상으로 다가온다.

일양택배

물건이 '일양택배'로 배송이 되기 때문에 새벽에 '일양택배'차를 보거나 오후에 보게되면 다들 두근두근하며 긴장을 하며 설레여 한다. 

 

오픈런을 뛰기전에 네이버 카페 중에 '**먼트'라는 곳에 가입을 해서 정보를 얻었다.

그곳에 명품매장 재고, 오픈런 토크라는 게시판에서 오픈런 상황과 재고현황을 공유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위에서 말한 각종 신종 단어들을 습득했다.

한달 정도 매일 들어가서 재고 풀리는 상황과 오픈런 상황을 보며 어느 곳으로 오픈런을 뛸지 고민하며 날짜와 장소를 결정하였다.

내가 정한 곳은 신본(신세계백화점 본점)이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이유는 몇일 전부터 내가 구하려는 '클똑'이 몇 점씩 풀리기 시작했고(몇달간 재고가 풀리지를 않았음), 뭔가 느낌이 좋았다. 

결전의 날을 준비하며 신세계 상품권을 바꿀 수 있을만큼 바꿔놓고(당근마켓에서 5%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함), 실적이 필요한 카드도 준비하고, 보조배터리 충전, 보고싶었던 영화, 약간의 간식....준비를 하였다. 

(실전에 투입되어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캠핑의자ㅋㅋㅋ)

 

드디어 결전의 날 아침 6시에 알람 소리에 깨서 서둘러 준비하고 지하철 역으로 달렸다.

'너무 일찍 나왔나? 평일인데 설마....제일 앞에 서면 쫌 챙피할 것 같은데...'

쓸떼없는 생각이었다.

신세계 본점에 아침 7시쯤에 도착하여 대충 사람들이 줄서 있는 곳을 찾아가니 12명 정도가 줄을 서있었다.

롤렉스 대기줄

대부분의 대기자들이 생각과 달리 남자들이 많아서 나같은 사람이 많구나....대기 번호 13번....나쁘지 않네...위안을 삼으며 네이버 카페에가서 상황을 보니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서있는 곳은 롤렉스 시계 대기 줄이었던 것이다.(진짜 뒤통수가 쌔함을 느끼는 순간)

서둘러 샤넬 오픈런 줄을 찾아 뛰어가보니 이미 건물을 감싸고 줄이 꺾여있던 상황 ㅋㅋㅋㅋㅋㅋ

더 충격적인건 1번 대기자는 은박 돗자리를 돌돌말아 숙면을 취하고 계셨고... 원터치 텐트가 2개.... 대부분의 사람들은 캠핑의자를 깔고 앉아서 자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서울 명동 한복판에....그것도 최고의 백화점 최고의 브랜드 매장 앞에 노숙이라니...ㅋㅋㅋㅋㅋㅋㅋ

진풍경을 감상할 시간이 없이 마지막 줄을 찾아 뛰었다.

현재시간 07시 20분...대기번호 28번...평일 이시간에 왔는데 28번이라니....

번호표를 받고 캡쳐한 화면

얼마 있으니 출근하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북적해졌다. 이들도 이미 이런 풍경이 익숙한지 전혀 신기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다. 대기하는 사람들도 마찮가지로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나만 뭔가 눈치를 보며 핸드폰에서 눈을 못떼고 있었던거 같다.

 

그렇게 10시가 되면 또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10시부터 매장 직원이 나와서 번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백화점 매장 오픈 시간은 10시 30분이다. 

번호를 부여받은 앞쪽 사람들은 캠핑의자를 들고 어디론가 뛴다... 화장실이 급했나???

잠시 후 내가 번호를 받을 때쯤 되니 의자를 든 사람들이 막 뛰어오더니 줄을 선다....

알고 보니 신본에서 번호를 받고 롯본으로 뛰어가서 번호를 받는 것이었다. 오는 사람들은 롯본에서 오는 것이었고.ㅋㅋㅋㅋ진짜 대단한게 아니라 존경스러웠다.....

번호를 받고 나니 뭔가 편안해지면서 여유가 생겼다.

카카오톡 샤넬 채널에서 대기 순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대기번호 3번정도 남았을 때 와서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주변 관광을 시작했다...

서울근교에 살면서도 명동은 몇년만에 온 것 같다. 많이 바뀌어서 낯설고 신기했다.

샤넬 사진도 한번 박아주고~

 

백화점 앞 분수대

중국 관광객이 된 것 마냥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남대문 시장도 구경하고, 명동 거리도 걸으면서 구경하고....쇼핑도 하고...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으로는 절대 오해할 수가 없다.

남대문시장 쇼핑

중국인 관광객의 손에는 최소 10개의 쇼핑백이 들려있다.(실제로 이날 MCM쇼핑백을 양손가득 들고 있는 관광객 일행을 목격함.  대륙의 스케일 ㅎㄷㄷ)

참...남들 열심히 일하는 이시간에 여기서 뭐하는 건지..ㅋㅋㅋㅋ

명동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니 오후 1시 30분쯤 대기번호 3번 남았다고 하여 서둘러 매장으로 갔다.

가는 길에 여러가지 상상을 했다.

'클똑 보여주세요'라고 할까? '카드지갑 검정색 보여주세요', 'AP0214제품 있나요?' 어떻게 물어보지????

분명 득템 할 것 같은데... 아내한테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주지???

아주그냥 쓸떼없는 상상이었다.

 

"혹시 검정색 클래식 카드지갑 있나요?"

친절한 셀러에게 어렵게 꺼냈는데...

"죄송합니다 손님. 검정색 카드지갑은 재고가 없어요"

'셀러가 착각했겠지'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으로 제품을 검색해 보여주며 다시 물었다.

"이거 없어요?"

"네, 손님 죄송합니다. 재고가 없어요."

"아.....6시간...." 이말이 진심으로 입밖으로 튀어나왔다...ㅋㅋㅋ

"그럼 혹시 오늘 이거 들어올 예정이 있나요?"

"죄송합니다. 손님 그건 저희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네 수고하세요."

그렇게 죄송합니다만 3번 듣고 3분만에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발걸음을 돌려 돌아오는 회현역 7번출구가 멀게만 느껴졌다...

진짜 거품이 사라지듯 모든 기대와 희망이 없어졌고....그 어떤 방법으로도 경험해 보지 못한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야하는 걸까?'

사실 아내는 샤넬 카드 지갑을 그렇게 원하지 않았다.

이날 오픈런을 뛰고 아내에게 고백했을 때 아내의 대답은

"난 그거 그렇게 필요없어~ 괜찮아~"

"아니야~ 내가 꼭 구해줄께...한번 뛰고 오니까 감잡았어...기대해~"

"참~나...오빠 그냥 승부욕 부리는 거잖아~"

맞다 난 '샤넬 지갑을 아내에게 선물하여 행복하게 해줘야겠다' 보다는 '남들이 구하기 힘들어하는 샤넬 지갑을 내가 구해보고야 말겠어~' 이거였던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샤넬이란 회사가 참 마케팅이나 전략을 잘 사용한 것 같다.

사람들이 갖고싶게 만들고 공급을 적절하게 하여 희소성까지 부여해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이 열광하여 플미를 주고서도 사고야 말겠다는 욕망을 가지도록 하니 말이다.

인간의 소유욕을 적절하게 건드려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참 대단한 것 같다.

심지어 줄을 대신 서주는 알바까지 생겨났으니 이것이야 말로 창조경제 아닌가???

그러면서도 부작용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진짜 갖고 싶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는 현실...

다른 사람의 욕망을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돈으로 바꾸는 사람들...

내가 이 물건이 꼭 필요한 것인가?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것인가? 확신이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열광을 하니 일단 사고 보는 무분별함...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하루였는데 뭔가 씁쓸함이 들어 아쉬었다.

 

ft.사실 이번 오픈런은 두번째만에 득템을 해서 샤넬 오픈런을 일찌감치 졸업했다.

앞으로 오픈런 뛸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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